더 나은 사람

March 25, 2026

어린 시절 나는 할머니랑 같이 살았다. 정확히는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랑 같이 살았다. 그 중에 할머니가 나를 아주 예뻐해주셨는데, 할머니는 심장이 안좋아서 대게 4년 주기로 쓰러지시고, 심장 혈관을 확장하는 수술을 주기적으로 받으셨다.

할머니 나이가 여든이 넘었기에 자주 아프시기도 했다. 8살 무렵 할머니가 나에게 짜증을 내셨다. 큰 일은 아니였지만 그 날은 유독 할머니가 짜증을 냈다.

그 때 8살의 나는 할머니의 짜증이 기분 나쁘기보다 안쓰러웠나보다. 그래서 “할머니, 아프면 나한테 짜증내도 돼“ 라고 말했다. 그 말로 할머니는 짜증을 내지 않으셨다.

간혹 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있는지를 생각한다. 좋은 남편, 좋은 친구, 좋은 아빠, 좋은 자식 등 말이다. 하지만 그 생각을 할 때마다 8살 사랑하는 할머니를 걱정하던 아이보다 더 나은 사람이 못된 나를 발견한다.

세상을 30년을 넘게 살아도, 세상도 모르고 할머니의 사랑만 알던 8살의 나보다 못한 사실이 부끄럽기만 하다.